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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회원의 회비와 공적 지원금은 누구의 것인가

by 하늘땅 소리 2026. 9. 16.

머리말

이번 추석을 맞아 필자가 가입해 있는 두 단체에서 매우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한 곳은 아파트 단지 내의 작은 노인회이고, 다른 한 곳은 국가유공자의 단체의 지회이다.

두 단체 모두 추석을 맞아 회원들에게 선물 또는 현금을 지급했다.

그 과정에서 회원들이 의문과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는 선물이나 현금을 지급한 자체가 아니다.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핵심은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했으며, 얼마를 어떻게 집행했는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런데 두 단체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결정은 임원들이 했고, 집행은 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오늘날 회원을 대표하는 단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인가.

 

1.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돈의 성격’이다

단체의 돈이라고 해서 회장이나 임원들의 개인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이 낸 회비가 있다면 그것은 회원 공동의 돈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있다면 그것은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보조금은 특정 개인이나 임원의 돈이 아니라 공공의 재원이기 때문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보조사업자 등에 대해 보조사업의 수입·지출 내역과 정산 보고서 등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단체의 운영자는 돈을 집행하는 사람이지 돈의 주인이 아니다.

이 기본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임원 회의에서 결정했으니 끝"이라는 생각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임원 회의가 결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임원 회의가 규정상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고 집행했다"라는 점이다.

규정에 없는 사항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명절 선물 또는 현금성 지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가.

*예산에 해당 항목이 편성되어 있었는가.

*임원 회의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인가.

*총회 또는 회원들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은 아닌가.

*지급 기준과 대상은 어떻게 정했는가.

*총 지급액은 얼마인가.

*1인당 얼마를 지급했는가.

*어느 예산에서 지출했는가.

*영수증 등 지출 증빙은 갖추었는가.

*회계장부에는 어떻게 기록했는가.

이것을 확인하자는 것이 과연 잘못된 요구인가.

오히려 이것은 회원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질문이다.

 

3. 더 심각한 것은 "공개할 수 없다"라는 태도이다

아파트 노인회의 경우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 지금까지 문서로 상세하게 공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반응이 있었으며,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전·현직 임원들이 공개 요구 자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집단적인 감정적 대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정말 떳떳하다면 왜 공개하지 못하는가.

*선물의 구입처가 어디인지,

*몇 개를 구입했는지,

*총액이 얼마인지,

*어떤 예산에서 지출했는지,

*누구누구 몇 명에게 몇 개를 배부했는지,

이런 사실을 공개한다고 해서 단체가 무너지는가.

오히려 투명하게 공개하면 회원들의 의문이 해소될 것이다. 더욱 아쉬운 점은 회원이 묻기 전에 문서를 통해서 상세하게 알렸으면 하는 점이다.

따라서 공개 요구를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4. 국가유공자 단체의 지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국가유공자 단체는 일반적인 친목단체와 같은 성격으로만 볼 수 없다.

현행 관련 법률은 이 단체를 공법인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보훈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정관에 따라 설립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지회에는 같은 법의 재무·회계 관련 규정이 준용되며, 재무·회계에 관한 기준에 따라 예산 또는 회계 처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더구나 이 재무·회계 기준은 2022년도 예산 또는 회계부터 적용하도록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회에서 돈을 집행하면서

"상부 지시이기 때문에 했다."

라는 말만으로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면 오히려 더욱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어느 기관의 어떤 지시인지,

*그 지시의 내용은 무엇인지,

* 그 지시 문서는 열람할 수 있는지,

회원들에게 설명하면 된다.

"상부 지시"는 설명을 대신하는 말이 될 수 없다.

 

5.. 지회가 상부의 지시를 받는 것과 회계책임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설령 상급기관에서 명절 현금 지급을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지회가 자기 회계의 돈을 집행했다면 그 집행에는 적법하고 적정한 회계절차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돈의 출처와 집행 근거를 밝히는 것이다.

"위에서 하라고 해서 했다."

"예전에도 그렇게 했다."

"임원들이 알아서 결정했다."

"지금까지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런 말들은 회계와 민주적 운영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과거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 앞으로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6. 더 큰 문제는 '규칙 없는 운영'이다

필자가 두 단체에 가입한 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바라본 결과, 두 단체 모두 회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운영규칙이나 회계규정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로 정식 규정이 존재하는지는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규정이 없거나, 규정이 있어도 회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면 이것은 이번 추석 문제보다 훨씬 큰 문제이다.

규칙이 없는 조직에서는 사람의 관행이 규칙이 된다.

회장이 해오던 방식,

전임 회장이 해오던 방식,

임원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방식이 어느 순간부터 마치 법과 규정처럼 굳어진다.

그리고 회원이 질문하면

“원래 그렇게 해왔다.”

라는 말이 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조직을 병들게 하는 시작이다.

 

7. 회원의 질문을 '반발'로 받아들이지 말라

두 단체의 회장단과 임원들에게 묻고 싶다.

회원이 회계자료를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회원이 지급 근거를 묻는 것이 단체에 대한 공격인가.

회원이 예산 집행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불순한 행동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회원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조직이 더 위험하다.

회원들이 질문한다는 것은 아직 단체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회원들이 회계와 운영을 확인하려는 것은 단체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체가 올바르게 운영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회장단은 질문하는 회원을 적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한다.

 

8.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의 싸움이 아니다

이번 문제를 특정 회장이나 특정 임원의 잘못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핵심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다.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첫째, 운영규칙을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회장, 부회장, 총무, 감사, 임원 회의, 회원총회 등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예산과 회계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항목을 어떤 절차로 집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셋째, 임원 회의의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임원 회의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회원총회의 권한과 임원 회의의 권한을 구분해야 한다.

넷째, 회원에 대한 정기적인 회계보고를 제도화해야 한다.

수입과 지출, 주요 사업비, 보조금, 후원금 등 필요한 사항을 회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다섯째, 주요 지출은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특히 회원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행사비나 선물비, 현금성 지급 등은 지급 근거와 총액, 지급 기준 등을 명확히 기록하고 보고해야 한다.

여섯째, 감사의 실질적인 기능을 보장해야 한다.

감사는 회장단의 형식적인 동조자가 아니라 회원을 대신하여 회계와 운영을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9. 회장단은 '권한'보다 '책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회장은 단체의 주인이 아니다.

임원도 주인이 아니다.

회원들이 맡긴 직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공적 성격이 강한 단체라면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국가유공자 단체와 같은 공법 단체는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운영되는 조직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사업을 지원할 수 있고, 법률에는 재무·회계 기준 준수 의무도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회장단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우리가 무엇을 근거로 해야 하는가”

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공적 조직을 운영하는 기본자세이다.

 

10. 투명성은 회장단을 공격하는 무기가 아니라 회장단을 보호하는 방패이다

회계가 투명하면 의혹이 생기기 어렵다.

결정 과정이 기록되어 있으면 책임 공방도 줄어든다.

예산이 공개되어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도 줄어든다.

반대로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으면 작은 지출 하나도 의심을 받게 된다.

따라서 회장단이 진정으로 보호받고 싶다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공개할 수 없다"라는 말은 의혹을 끝내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말이 될 수 있다.

 

11. 이번 일을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추석의 선물과 떡값 문제를 단순한 작은 갈등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늘은 선물과 떡값이지만 내일은 행사비가 될 수 있고, 그다음에는 보조금이나 사업비가 될 수도 있다.

작은 회계의 불투명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조직 전체의 운영 문화가 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두 단체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당 명절 지출의 근거와 총액을 회원들에게 설명할 것.

* 지급 대상과 1인당 지급액, 예산과목, 실제 집행액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

* 의사결정 과정과 의결 주체를 명확히 밝힐 것.

* 상급기관의 지시가 있었다면 그 사실과 지시의 근거를 명확히 할 것.

* 현행 운영규칙·회계규정을 회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

* 규정이 없다면 조속히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정할 것.

* 앞으로 예산과 회계를 정기적으로 회원에게 보고 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

* 감사가 실질적으로 회계와 운영을 점검하도록 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원들의 정당한 질문을 집단적인 반발이나 감정적인 대립으로 몰아가지 않는 것이다.

 

맺는말

필자는 두 단체에 가입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에 익숙하지 않은 회원의 눈으로 이번 일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필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몰아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체가 제대로 운영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파트 노인회도 그렇고, 국가유공자 단체도 그렇다.

회원들이 낸 회비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공적 지원금이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회원들에게

“어디에, 왜, 얼마를 사용했는가”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회장단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회장단의 책임을 존중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투명성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

"임원들이 결정했다."

"위에서 시켜서 했다.”

“왜 공개해야 하느냐."

이런 말들이 조직 운영의 기준이 될 수가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조직에는 사람이 아니라 규칙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돈에는 관행이 아니라 회계가 중심에 있어야 하며,

*권한에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회원에게는 최소한의 알 권리와 설명받을 권리가 있어야 한다.

이번 추석의 작은 갈등을 그냥 넘긴다면 다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규칙을 만들고, 회계를 투명하게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민주적으로 바꾼다면 이번 갈등은 오히려 두 단체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회장단에게 엄중히 당부한다.

회원의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라.

공개를 요구하는 회원을 적으로 만들지 말라.

권한을 주장하기 전에 그 권한의 근거부터 제시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공적인 성격을 가진 단체의 돈을 집행하면서 그것을 마치 개인의 재량처럼 생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투명한 회계와 공개적인 운영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것이 회원에게 신뢰받는 단체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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